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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4 작성자 : 라울림 등록일 : 2011-03-28 조회수 : 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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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저자명 : 앤드류 포터 발간일 : 2011-03-03 평점 :◎ 도서 소개 끊임없이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지워지지 않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세계가 주목한 신예 작가가 선보이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에 대한 열 가지 이야기 앤드류 포터는 처녀작인 이 작품을 통해 2007년 플래너리 오코너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8년 각종 매체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화제를 모으며 무명의 작가에서 2008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뛰어올랐다. 누구에게든 하나쯤 있기 마련인 ‘지워지지 않는 어떤 순간’을 회상하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편안한 언어로 그려냈다. 앤드류 포터는 우리 주위에 흔히 있을 법한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상처나 아픔으로 남은 기억이라고 해도 그 역시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소중한 과거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평범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온 이라고 해도, 고개를 돌리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범한 삶 속에 감춰진 상처들을 차분하게 감싸는 앤드류 포터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언제 생겼는지도 알 수 없던 그 해묵은 상처들이 하나씩 치유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 누구에게나 하나쯤
제목이 참 독특하다. 단편문학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물리학적 이론에 관한 책인 듯 착가하기 쉽다. 그 매력이 바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물리학과 소설이라는 연관성이 가져다 줄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양자전기역학: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QED: The Strange Theory of Light and Matter」에서 리처드 파인만은 낮에 램프를 켜놓고 보면 빛이 유리창 표면에서 부분적으로 반사된다고 말했다. 실험에 따르면 100개의 빛입자 중 평균 네 개는 반사되어 돌아오고 96개는 유리를 통과한다는 것. 어느 누구도 빛입자가 자신의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을 알지 못하며, 특정 입자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앤드류 포터는 처녀작인 이 작품을 통해 2008년 플래너리 오코너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8년 각종 매체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화제를 모으며 무명 작가에서 2008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뛰어올랐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전체적으로 물리학’과는 상관없다는 것. 제목만 보고서 장르적 새로움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의 제목이 되는 단편을 제외하고는 물리학에 관련된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다른 작품에 비해 이 단편이 가져다주는 무게는 남다르기 때문에 새로움보다는 ‘진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언제고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어느 순간, 그 기억을 품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워버리고 싶은데, 그래서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각기 다른 열편의 단편을 통해 그 기억들이 진정 고통이기만 한 것인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차분하게 고해성사를 하는 중년 여인의 느낌이랄까. 문장이 화려하거나 유려하기보다는 세세한 일상의 느낌과 관찰력이 있는 글들이다. 글을 읽으면 단어 하나하나에 치중하며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전해졌다. 그리고 하나의 행동이 전체를 아우르는 복선인 동시에 한 줄의 주제가 되는 것 같은 표현이 많았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헤더가 자기보다 서른 살 많은 물리학교수가 죽었다는 소석을 듣고는 뒤뜰에 나가 통곡한 것이나, (코요테)의 아버지가 아들인 알렉스에게 같이 떠나자고 할 때,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포용하는 장면을 보거나, (아술)에서 아술의 동성 연인이 라몬이 파티장에 나타났을 때처럼 말이다.
(구멍)에서는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하는 짐에 대해, (코요테)에서는 예술을 하며 산다는 것에 대해, (아술)에서는 뒤틀린 관계에 대해, (강가의 개)에서는 용서를 한다는 것에 대해, (외출)에서는 잡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마음에 대해, (피부)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코네티켓)에서는 어머니의 비통한 울음에 대해, 찬찬히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앤드루 포터 타임’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감성을 끌어 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었고 그런 만큼 술술 읽는 줄거리 위주의 글이 아니었다. 감정이 붕 뜬 상태로는 잘 읽혀지지 않아서 고요하고 마음이 안정된 때, 책을 펼쳐보게 되어서 만든 말이다.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의 내면을 주의 깊게 관찰했더라면 이 책처럼 외로움이나 쓸쓸함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나 불안에....동화되고 싶어지는 고백들이 주는 기묘한 울림은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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